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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18User Experience, Front-end

모두를 위한 화면은 가까이 있습니다

유럽 접근성법 시행 이후, 다시 보는 웹 접근성

모두를 위한 화면은 가까이 있습니다
헤드폰을 쓰고 점자책과 컴퓨터를 함께 쓰는 사람

1. 접근성은 소수를 위한 배려가 아닙니다

이번 주 목요일, 5월 21일은 세계 접근성 인식의 날(GAAD)입니다. 매년 5월 셋째 목요일, 디지털 접근성을 한 번쯤 생각해 보자고 만든 날이죠. 접근성이라고 하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능 정도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훨씬 넓은 이야기입니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엄지 하나로 휴대폰을 쓸 때, 한낮 햇빛 아래서 화면이 잘 안 보일 때, 손목을 다쳐 마우스를 못 쓸 때. 우리 모두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일시적인 제약을 겪습니다. 인도 턱을 낮춘 경사로가 휠체어뿐 아니라 유모차를 미는 사람, 캐리어를 끄는 사람 모두에게 편한 것처럼, 접근성을 챙긴 화면은 결국 모두에게 편한 화면이 됩니다.

W3C WCAG 2 개요 페이지

2. 유럽에서 시작된 변화, 남의 일이 아닌 이유

지난해 6월 28일부터 유럽연합에서는 유럽 접근성법(EAA)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은행 서비스, 전자책, 교통 예매 같은 서비스를 유럽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면 정해진 접근성 기준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유럽 시장에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국내 기업도 예외가 아니죠. 한국 역시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웹 접근성을 지켜야 하고, 무엇보다 사회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2024년 말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어서면서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습니다. 작은 글씨와 흐린 회색 문장 앞에서 눈을 찡그릴 사용자가 이제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햇빛 아래 커피를 든 채 한 손으로 휴대폰을 보는 사람

3.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들

접근성을 거창한 프로젝트로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꼽아 보면 이렇습니다. 본문 글자와 배경의 명도 대비를 4.5:1 이상으로 맞추고, 이미지에는 무엇을 보여주는지 설명하는 대체 텍스트를 넣고, 키보드의 탭 키만으로도 모든 메뉴와 버튼을 오갈 수 있게 만들고, 지금 어디에 포커스가 있는지 눈에 보이게 표시합니다. 버튼처럼 동작하는 요소는 진짜 버튼으로 만들고, 화면 움직임을 줄이도록 설정한 사용자에게는 애니메이션을 꺼 주는 것도 챙겨야 하고요. 대부분 처음 만들 때 신경 쓰면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일들입니다. 문제는 늘 다 만들어 놓고 나중에 고치려고 할 때 생깁니다.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휴대폰을 보는 모습

4. 세컨드펭귄의 시선: 접근성은 디자인 첫날부터

우리도 디자인을 하다 보면 연한 회색 글씨나 아주 작은 캡션에 자주 손이 갑니다. 그게 세련돼 보이니까요. 그래서 접근성을 마지막에 검수하는 항목으로 미루지 않고 디자인 단계의 기본값으로 두려고 합니다. 컬러 팔레트를 정할 때 대비를 같이 확인하고, 인터랙션을 설계할 때 키보드와 스크린 리더로 쓰는 흐름도 함께 그려 봅니다. 움직임을 줄이는 설정을 켠 사용자에게는 애니메이션 없이 바로 내용을 보여주고요. 이렇게 처음부터 넣어 두면 접근성은 따로 드는 비용이라기보다 잘 만든 사이트의 일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