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처럼 보여도 장난이 아닙니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이 물건에 표정을 입히는 방식


1. 스톡홀름의 작은 회사가 만든 이상한 신시사이저
2011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작은 회사 틴에이지 엔지니어링(teenage engineering)이 첫 제품 OP-1을 내놓았습니다. 얇은 알루미늄 몸체에 색이 다른 노브 네 개, 작은 화면 하나. 처음 본 사람들은 장난감 아니냐고 했지만, 이 작은 기계 안에는 신시사이저와 샘플러, 4트랙 녹음기가 다 들어 있었습니다. 음악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OP-1은 지금까지도 갖고 싶은 악기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물건이 됐죠. 이후 계산기처럼 생긴 포켓 오퍼레이터 시리즈로 가격의 문턱까지 낮추면서, 이 회사는 장난스럽지만 진지한 물건을 만드는 곳이라는 이미지를 단단히 굳혔습니다.

2. 다른 브랜드가 먼저 찾아오는 디자인 스튜디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자기 제품만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이케아와는 블루투스 스피커 시리즈 프레크벤스(FREKVENS)를 함께 만들었고, 휴대용 게임기 플레이데이트의 하드웨어 디자인도 이들의 손을 거쳤습니다. 낫싱의 초창기 제품과 래빗(rabbit)의 AI 기기 r1에도 이들의 흔적이 남아 있죠. 성격이 전혀 다른 브랜드들이 같은 스튜디오를 찾는 이유는 아마 하나일 겁니다. 이들이 만든 물건은 기능을 설명하기도 전에 먼저 갖고 놀고 싶다는 기분부터 만들어 줍니다. 스펙 경쟁이 거의 끝난 시장에서 그 기분은 꽤 비싼 값을 합니다.

3. 색과 숫자만으로 설명하는 인터페이스
이들의 디자인을 들여다보면 공통된 문법이 보입니다. OP-1의 노브 네 개는 파랑, 초록, 하양, 주황으로 색이 다른데, 화면 속 그래픽에도 같은 색이 쓰여서 어떤 노브를 돌리면 어디가 바뀌는지 설명서 없이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긴 글 대신 색과 숫자, 단순한 그림으로 기능을 알려주고, 나사나 부품도 굳이 숨기지 않습니다. 설명서조차 짧은 문장과 그림 위주라 읽는 재미가 있죠.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낯설어도 한 번 익히면 손이 먼저 기억하는 인터페이스입니다. 모든 걸 친절하게 다 보여주는 대신, 사용자가 직접 발견하는 즐거움을 조금 남겨 두는 겁니다.

4. 세컨드펭귄의 시선: 디지털 화면에도 만지고 싶은 표정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화면 안에서 일하지만,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물건을 보면 우리가 만든 웹사이트에는 어떤 표정이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버튼에 마우스를 올렸을 때의 작은 반응, 가리키는 대상에 따라 바뀌는 커서, 스크롤에 맞춰 줄이 하나씩 올라오는 리듬 같은 것들이 모여 화면의 표정이 됩니다. 모든 걸 장난스럽게 만들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도 귀여운 겉모습 뒤에 아주 정확한 엔지니어링을 숨겨 두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도 기능은 진지하게 만들고, 표정은 조금 가볍게 얹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