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버튼 앞에서 망설이는 이유
장바구니 열 개 중 일곱 개가 버려지는 이유


1. 장바구니에 담고 떠나는 사람들
사용성 연구 기관 베이마드 인스티튜트(Baymard Institute)가 조사 50건을 모아 계산한 평균 장바구니 이탈률은 70.22%입니다. 담긴 장바구니 열 개 중 일곱 개가 결제까지 가지 못한다는 뜻이죠. 다만 그냥 구경하던 사람도 많습니다. 베이마드 조사에서 미국 온라인 쇼핑객의 42%가 둘러보던 중이라 장바구니를 두고 나간 적이 있다고 답했으니까요. 이들을 빼고 남은 이유 가운데 1위는 배송비, 세금, 수수료 같은 추가 비용이 너무 비싸서(40%)였습니다. 상품 페이지에서 본 가격과 마지막 화면의 합계가 다르면, 사람들은 고민하기보다 속았다는 기분으로 창을 닫습니다.

2. 가입부터 하라는 쇼핑몰
같은 조사에서 회원가입을 요구해서 떠났다는 응답은 18%, 결제 과정이 너무 길고 복잡해서가 17%였습니다. 베이마드에 따르면 미국 쇼핑몰의 결제 화면에는 기본으로 평균 23.48개의 입력 요소가 보이는데, 잘 설계하면 12개에서 14개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국내 쇼핑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회원 주문 버튼은 구석에 작게 숨어 있고, 이메일을 두 번 입력하게 하고, 주소 검색 팝업은 휴대폰 화면 밖으로 삐져나가곤 하죠. 하나하나는 사소해 보여도 엄지 하나로 이 모든 칸을 채워야 하는 사람에게는 꽤 높은 벽입니다. 입력 칸을 하나 지울 때마다 결제 버튼까지 가는 길도 그만큼 짧아집니다.

3. 처음 보는 쇼핑몰을 믿게 하려면
카드 정보를 맡기기 불안해서 떠났다는 응답도 19%나 됩니다. 처음 들어간 쇼핑몰에서 카드 번호를 한 자리씩 직접 입력하라는 화면이 뜨면 손이 멈추는 게 당연합니다. 국내에서 토스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같은 간편결제가 빠르게 자리 잡은 데에는 이 불안을 덜어 준 몫도 크다고 봅니다. 늘 쓰던 결제 버튼이 보이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짧은 비밀번호나 지문 한 번이면 끝난다는 걸 손이 먼저 기억합니다. 여기에 환불 규정을 결제 직전에 한 번 더 보여주고, 하단에 사업자 정보와 고객센터 연락처를 또렷하게 적어 두면 처음 보는 브랜드라도 믿고 눌러 볼 이유가 하나씩 쌓입니다.

4. 세컨드펭귄의 시선: 결제 화면은 맨 마지막에 그리지 않습니다
쇼핑몰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결제 화면은 늘 일정 끝자락으로 밀리기 쉽습니다. 결제대행사 연동이라는 기술 숙제가 크다 보니 화면 설계는 기본 템플릿에 맡겨 버리는 거죠. 그래서 우리는 결제 흐름을 처음부터 따로 떼어 그려 봅니다. 배송비와 최종 금액은 상품 페이지와 장바구니에서 미리 보여주고, 비회원 주문을 로그인과 같은 무게로 놓고, 입력 칸에는 autocomplete 속성을 달아 브라우저 자동 완성이 제대로 채워지게 합니다. 휴대폰 번호 칸에는 숫자 키패드가 뜨게 하고, 결제가 실패해도 적어 둔 내용은 지워지지 않게 하고요. 마지막엔 실제 휴대폰을 한 손에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결제해 봅니다. 그 몇 분이 가장 많은 걸 알려줍니다.